오늘도, 피크닉

1년만에 찾은 가을 제주(10/9~13). 보롬왓에 가보고 싶다는 엄마 얘기에, 바로 제주행 항공권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퇴사가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요일과 시간에 구애받을 이유도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르토아 베이스먼트 


제주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찾은 이 곳. 바다가 보이는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 허정이 추천해준 카페/식당 중 하나였다. 애매한 오후 시간대라 밥 먹기 전에 들른 건데, 빵과 음료를 먹는 동안엔 배고픔에 허전한 느낌이었고, 카페를 나서면서는 밥 먹을 배가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 네비를 찍고 찾아온 곳이라 괜히 욕심을 부렸나보다. 

자리가 썩 편하지는 않아, 엄마와 오래 앉아서 이야기할 만한 카페는 아니었다.


@이든하우스, 성산


첫날은 '카페-저녁식사'로 일정을 마무리하고 예약해둔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갔다. (사진은 오전에 집을 나서면서 찍은 것) 복층 구조라 잘때 춥지는 않을까 했는데 아주 포근하게 잘 잤고, 뭐 특별히 불편한 것 없이 잘 지냈다. 수건이 수납장 가득 꽉꽉 채워져 있어서 원없이 쾌적하게 썼다. 방 앞 넓은 데크와 아기자기한 마당을 보면서 엄마는 개들이랑 같이 살고싶은 집이 바로 이런 곳이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여행 내내 우리를 안전하게 태워준 녀석. 주차구역 눈금 안에 앙증맞게 들어가 있는 녀석을 보니 사각 실선 안에서 빵굽는 고양이를 보는 것 같군. 


@성산회관


오픈시간 30분 정도 지나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자리가 차있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해. 

그러는 와중에 식사하러 왔는데, 탁자가 무릎 높이만큼 올라오는 소파자리로 안내해줘서 띠요옹..? 자리에 앉았다가, 엄마랑 눈빛교환을 한 후 탁자 자리로 옮겼다. 소파가 엄청 푹신해서 식사시간이 아니었다면 편하게 앉았으리라.

시그니처 메뉴인 전복밥보단 파스타가 맛있었다. 소품으로 걸린 (넘나 익숙한 느낌의) 자개상과 오징어배 조명이 인상적이었던 곳. 


@섭지코지


마음에 드는 엄마 사진 중 하나. (여기 괜찮은 포토스팟인 듯!)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십여 년 만에 오는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은 올라가기에 너무 힘들고, 섭지코지 정도면 딱 걷기에 좋은 것 같다 싶었다. 화창하지만 바람은 제법 차가운 날씨, 언니가 추울까봐 챙겨준 머플러를 두르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걸으니 여행하기에 이만하면 완벽한 날씨 아닌가! 싶은 생각에 들떴다.

가려고 했던 유민미술관은 가는 길이 헷갈려 망설이다가, 엄마가 쉬고 싶어하는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내려왔다.


@보롬왓


엄마가 오고싶어 했던 보롬왓! 그리고 엄마가 보고싶어 했던, 다 져가는 메밀꽃들!!! (주륵) 메밀꽃을 보려면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나보다. 대신 메리골드와 맨드라미가 가득해서 알록달록하니 가을 느낌이 물씬 났다.



입장권을 구입하면 부착하라고 주는 스티커.


@제주여기쯤


보롬왓에서 나와 카페로 가려는데, 찾아둔 카페는 주소가 잘못 되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목적지 부근에서 차 타고 빙빙 돌다가, 지나가던 길에 얼핏 봤던 카페가 생각나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찾은 송당리 카페, 제주여기쯤. (간판에 나와있는 대로 제주&여기쯤 이라고 찾았더니, 구글에 등록된 업체 정보로는 제주여기쯤이라고 나오더라.) 맛있을 것 같아, 입간판에 나와 있던 단팥죽과 아저씨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진한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맛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 내/외부. 소품 하나하나에서, 그리고 아저씨의 이야기에서 프로 여행러의 스멜이 느껴졌다.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는 나의 여행을 상상하며 여행작가 쨍쨍의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를 구입했다.


 @아부오름


중앙의 움푹 파인 분화구가 내려다보이는 독특한 지형의 오름. 역시 허정이 알려준 오름이었다.

작년에 갔던 안돌오름은 올라가는 길도 험하고 좀 힘들었는데, 아부오름은 부담없이 걷기에 참 좋았다. 둘레가 엄청 커보여서, 꽤 많이 걷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한 바퀴를 금방 돌았다. 내려가는 길을 보고 이렇게 금방 돌아왔을 리가 없다고, 여긴 뒷길일지도 모른다는 김여사 주장에 두 바퀴 돌 뻔..! 


@오누이회국수전복돌솥밥


그리고 전복물회(+소면)와 갈치조림으로 하루 마무리! 제주지니 앱에서 보고 찾아갔는데, 맛있는 곳을 찾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관광객에게 소문난(인스타 페북 핫플같은) 맛집같은 느낌이 아니라 좋았다. 엄마도 만족했으니 더없이 기분좋은 것!




[2018년 10월, 동제주 여행 루트]

https://goo.gl/Df5FwF